[인터뷰] ‘소년이 온다’ 한강 “압도적인 고통으로 쓴 작품”
🏅한국 최초·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님의 인터뷰 전문입니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나서 인터뷰를 보면 더 이해가 잘 될거라 생각합니다.
제목이 지어진 계기, 주제를 택한 이유등이 나와 있습니다.
소년이 온다 줄거리
책장을 덮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야기
끝나지 않는 오월, 피지 못한 아이들의 영혼을 위한 간절한 노래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5·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어린 새' 한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뿜어내는 것으로 또다른 시위를 하는 것 같은’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정대는 동호와 함께 시위대의 행진 도중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져 죽게 되고, 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공장에 들어와 자신의 꿈을 미루고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정대의 누나 정미 역시 그 봄에 행방불명되면서 남매는 비극을 맞는다.
무자비한 국가의 폭력이 한순간에 무너뜨린 순박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 무고하게 죽은 어린 생명들에 대한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정대의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대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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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년이 온다>는 본인에게 어떤 작품?
<소년이 온다>를 썼던 기간은 제 인생에서 1년 반 정도이지만, 그 기간의 밀도가 굉장히 높아서, 그리고 그 소설을 쓰고 나서의 여파도 길었고.
그래서 누군가가 제 소설을 읽고 싶다고 말할 때, 그럴 때가 있다면 <소년이 온다>를 먼저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Q. 왜 직접 겪지 않은 5.18을 다뤘나.
제가 광주 사진첩을 처음 본 게 12살, 13살 즈음이었는데, 그 사진첩에서 봤던 참혹한 시신들의 사진, 그리고 총상자들을 위해서 헌혈을 하려고 병원 앞에서 줄을 끝없이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 이 2개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느껴졌거든요.
인간이란 것이 이토록 참혹하게 폭력적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집에 머물지 않고 나와서 피를 나누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게 너무 양립할 수 없는 숙제 같았어요.
그래서 긴 시간이 지난 후에 제 안에 아직도 이렇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기 때문에, 제가 인간에 대해서 말하려고 할 때 '5월 광주를 결국은 뚫고 나아가야 되는 거구나, 언제나 그랬듯이 글쓰기 외에는 그것을 뚫고 나갈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쓰게 됐던 거예요.
Q. 소설에 '망자의 목소리'를 등장시킨 이유는?
이 소설의 구성을 짤 때 1장에서 일단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다 등장을 했으면 했고, 마치 빅뱅처럼 멀리 파편이 튀듯이, 가까운 과거부터 튀겠죠?
그래서 현재까지 오게끔 그렇게 하고 싶었고요.
2장에 나오는 정대, 죽은 사람의 목소리는 제가 광주 사진첩 말씀드렸는데, 그 사진첩에 그렇게 참혹한 자상과 총상을 입은 사람들의 사진이 있었던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 얼굴들 자체가 증언이 되었던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도 증언을 할 수 없었던 실종자들이 존재하잖아요.
그 수도 알 수가 없고. 그래서 한 장은 그렇게 실종된 사람의 목소리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제목은 왜 <소년이 온다>인가.
'이 소설 못 쓸 것 같다'라고 생각이 되었을 때 그때 만나게 됐던 자료가 (항쟁의) 마지막 날 5월 27일 새벽에 돌아가신 야학교사 박용준 선생님의 일기였어요.
그분이 굉장히, 마치 동호처럼 여린 성품의 그런 분이었다고 하는데, 마지막 일기에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라는 일기였어요.
그 일기를 보고 이 마음을 가졌던 사람이 결국은 이 소설에서는 가장 중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때 떠오른 사람이 동호라는 소년의 이미지였어요.
그리고 이 동호가 1장에서 참혹한 시신들에게 하얀 천을 덮어주고 그 머리맡에 촛불을 밝히잖아요.
그래서 이 소설의 처음과 끝에 촛불을 밝히고 흰 천을 덮어드리고, 그리고 그렇게 도청에 남기로 결심해서 죽게 된 동호가 우리에게 오는 소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80년 5월에서부터 5년 뒤,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 천천히 이렇게 넋으로 걸어오는 걸음걸이를 상상했고, 그래서 제목도 <소년이 온다>가 됐어요.
Q. 집필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고통'인 것 같아요. 압도적인 고통. 이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거의 매일 울었어요. 그리고 특히 2장을 쓸 때는 조그마한 작업실을 구했는데, 거기서 한 세 줄 쓰고 한 시간 울고, 아무것도 못 하고 몇 시간 정도 가만히 있다가 돌아오고 그랬죠. 계속해서 각 장에서 '너'라는 호칭이 나와요. 동호를 부르는 거거든요. 그런 마음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너라는 것은 이미 죽었다고 해도 '너'라고 부를 때는 마치 있는 것처럼 부르는 거잖아요. 그러면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나타나서 앞에 있는 것이죠. 그런 마음? 그래서 계속 부르는 마음? 불러서 살아있게 하는 마음? 저는 그게, 소설 마지막 부분을 쓸 때 느꼈던 것 같아요.
Q. <소년이 온다>를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당시 생존자들의 자살률이 11%라고 하는데, 그것이 보통 평범한 사람들의 자살률하고 비교할 수 없는 수치이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거죠.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게 얼마나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인지, 그분들이 죽음과 싸우는 것, 그 과정을 쓰고 싶었고. 그리고 5장에 이르면 비슷한 다른 고통이지만 생존자인 선주가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죽지 말아요"라는 말이거든요.
제가 이 소설을 쓸 때 1년 반 동안 썼는데, 그런 과정에서 5장을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었어요.
사실상 그 소설에서 마지막으로 쓴 문장이 그거에요.
"죽지 말아요"라는 문장인데, 그 말을 쓰고 싶었어요.
4장에 그렇게 고통받고 그 길을 갔던 그분들의 이야기 다음에 5장에서 또 다른 생존자의 목소리로 "죽지 말아요"라고 마지막으로 꼭 말을 하게 하고 싶었어요.
Q.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쓸 계획인지.
그냥 정말 삶의 아름다운 부분에 대해서 쓰고 싶어요.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사람이 인생을 아름답게 느낀다는 것,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 안에 그럴 힘이 있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이제는 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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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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